미국 예외주의의 끝
The End of American Exceptionalism
트럼프의 재당선은 미국의 권력을 다시 정의하게 될 것이다.
(Trump’s Reelection Will Redefine U.S. Power)
By Daniel W. Drezner
November 12, 2024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논란이 되지 않는 유일한 사실은 그가 어떻게 두 번째 임기를 얻었는가이다.
여론 조사에서는 통계적으로 팽팽한 접전이 예측되었고, 선거 결과를 오랫동안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지난 수요일 이른 아침에 트럼프가 당선자로 선언되었다. 2016년과 달리 그는 선거인단뿐만 아니라 전체 득표에서도 승리하며, 거의 모든 인구 통계에서 지지율을 높였다. 공화당은 53석의 강한 상원 다수를 차지했고, 하원도 계속해서 장악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세계가 보기에 분명한 것은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운동이 향후 4년간 미국의 외교 정책을 정의할 것이라는 점이다.
트럼프의 첫 번째 임기를 면밀히 관찰한 사람이라면 그의 외교 정책 성향과 과정에 익숙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첫 임기와 두 번째 임기 사이에 세 가지 주요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첫째, 트럼프는 2017년에 비해 더 동질적인 국가 안보 팀과 함께 집권할 것이다.
둘째, 2025년의 세계 상황은 2017년과 상당히 다르다.
셋째, 외국의 행위자들은 도널드 트럼프를 훨씬 더 잘 파악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는 이번 정권에서는 세계정치를 더욱 강한 자신감으로 항해할 것이다. 그가 이번에는 더 운이 좋아서 "미국우선"브랜딩이 세계에 먹힐지는 완전히 다른 질문이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것은 미국 예외주의의 시대는 끝났다는 점이다.
트럼프정권 하에서 미국 외교 정책은 오랫동안 유지해 온 미국의 이상을 더 이상 홍보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예상되는 부패한 외교 관행의 증가와 맞물려, 미국을 평범한 강대국처럼 보이게 만들 것이다.
게임의 규칙(THE RULES OF THE GAME)
트럼프의 외교 정책 세계관은 그가 정치에 입문한 이후부터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는 미국이 주도한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에 불리하게 작용(stacked the deck)했다고 믿는다.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트럼프는 수입이나 이민과 같은 유입 경제 흐름을 제한하려고 한다.(그럼에도 외국인 직접 투자는 선호한다.)
또한 그는 동맹국들이 자국 방어의 부담을 더 많이 떠맡기를 원한다. 트럼프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이나 북한의 김정은과 같은 독재자들과 협상을 통해 세계의 분쟁 지역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미국이 국내 문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를 바란다.
세계 정치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트럼프가 선호하는 수단도 동일하게 뚜렷하다.
전임이자 차기 대통령인 그는 경제 제재(economic sanction)와 같은 강압(coercion)을 사용해 다른 행위자들을 압박하는 것을 강력히 신뢰한다.
또한, 트럼프는 "광인 이론"을 신봉하며, 다른 나라에 대해 대규모 관세 인상이나 "불과 분노"를 통해 위협함으로써 그러한 위협이 그들에게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동시에 트럼프는 외교 정책을 거래적(transactional) 관점에서 접근하며, 첫 번째 임기 동안 경제적 양보를 확보하기 위해 서로 관련이 없는 문제를 연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어 중국 문제에서, 그는 더 나은 양자 무역 협정을 얻기 위해 -홍콩 탄압, 신장 억압, 중국 기술기업 화웨이 임원의 체포와 같은 문제에서- 양보하는 태도를 반복적으로 보여주었다.
트럼프의 첫 번째 임기 동안의 외교 정책실적에 대해서는 긍정의견과 부정의견이 공존한다. 한국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USMCA로 재브랜딩됨)에서 그의 강압적 접근은 미미한 성과를 냈다.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혹자는 이를 트럼프 행정부의 혼란스러운 성격 때문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트럼프가 종종 자신의 행정부와 갈등하는 모습이 많았고, 이로 인해 국방장관 짐 매티스나 국가안보보좌관 H. R. 맥매스터와 같은 주류 외교 정책 조언자들이 “방 안의 어른들”로 묘사되곤 했다.
그 결과, 인사 교체가 잦았고 외교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되어 트럼프가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을 약화시켰다.
트럼프 2.0은 미국 예외주의의 힘을 없앨것이다.
Trump 2.0 will bury the power of American exceptionalism.
그것은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 8년 동안 그는 외교 및 국가 안보 팀을 같은 생각을 가진 인사들로 채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추종자를 모아왔다. 이제 그는 자신의 정치적 임명자들로부터 저항을 받을 가능성이 훨씬 적다.
또한 트럼프 정책에 대한 다른 견제 장치들도 상당히 약해졌다. 입법부와 사법부는 2017년보다 MAGA에 대해 더욱 친화적인 성격을 가진다. 트럼프는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군과 관료 조직의 전문 인력을 제거할 의도가 있음을 여러 차례 밝혀왔으며, 민간 공직을 정치적 자리로 재분류할 수 있는 조치인 Schedule F를 활용해 이들을 강제로 퇴출시킬 가능성이 크다. 향후 몇 년간 미국의 외교 정책은 한 목소리로 나올 것이며, 그 목소리는 트럼프의 것이 될 것이다.
비록 트럼프의 외교 정책 기구 장악력은 강화되겠지만, 세계에서 미국의 위치를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미국이 가장 깊이 얽혀 있는 분쟁은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이다.
트럼프는 2024년 대선캠페인에서 혼란스러웠던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비난하며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굴욕이 미국에 대한 신뢰와 존중의 붕괴를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비슷한 결과가 발생한다면 트럼프에게도 유사한 정치적 문제가 생길 것이다.
가자지구에서 트럼프는 “이만 끝내라, 베냐민 네타냐후.”라고 촉구하고, 하마스를 제거하라고 했다.
그러나 이를 달성할 전략적 비전이 부족한 네타냐후로 인해 이스라엘은 미국의 잠재적 파트너들을 소외시키는 지속적인 전쟁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트럼프는 선거 운동에서 주장했던 것보다 이러한 갈등에서 미국을 철수시키는 것이 훨씬 어려울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게다가, 2017년 이후 국제 규칙은 변했다. 당시에는 기존의 미국 주도 이니셔티브, 연합, 그리고 제도가 여전히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중간과정(Interim)에서 다른 강대국들은 독자적인 구조를 창설하고 강화하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는 BRICS+와 OPEC+에서부터 상하이 협력기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또한 중국, 북한, 이란이 러시아의 글로벌 질서 교란을 돕고자 하는 “제재 연대”와 같은 비공식적 협력체도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는 이러한 그룹 중 일부에 가입하고자 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대체할 설득력 있는 대안을 만들 가능성은 낮다. 그가 이러한 집단을 분열시키려는 노력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독재자들은 서로를 불신할 가능성이 높지만, 트럼프를 더 불신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2.0과 1.0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또한 가장 단순하다: 도널드 트럼프가 이제는 국제 무대에서 알려진 존재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컬럼비아 대학의 엘리자베스 손더스 교수는 최근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외교 정책은 다소 신비로웠다... 2024년에는 트럼프의 행동을 예측하기 훨씬 쉬워졌다. 다른 나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광인’이 되고 싶어 하던 후보는 이제 상당히 예측 가능한 의제를 가진 정치인이 되었다”고 말했다.
시진핑, 푸틴, 김정은, 터키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심지어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까지 모두 트럼프의 방식에 익숙해졌다. 강대국과 소국 모두 이제 트럼프를 대하는 최선의 방법은 화려한 의전으로 환대하고, 공개적으로 그의 사실 관계를 반박하지 않으며, 보여주기식 양보를 하면서도 기본적인 핵심 이익을 보장받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트럼프의 협상 방식은 첫 임기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의 거두지 못했으며, 두 번째 임기에서는 그보다도 적은 성과를 낼 것이다.
더 이상 예외는 아니다. (NO LONGER AN EXCEPTION)
그렇다면 트럼프 2.0이 단지 더 많은 반복에 불과하다는 의미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트럼프의 재선은 되돌리기 어려운 두 가지 미국 외교 정책의 경향을 예고한다.
첫째는 미국 정책을 타락시킬 불가피한 부패이다. 헨리 키신저에서 힐러리 클린턴에 이르기까지 과거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책 출판, 주요 연설, 지정학적 자문 등을 통해 공직 경험을 활용하여 이익을 얻어왔다. 그러나 트럼프 전 관료들은 이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트럼프의 사위이자 백악관 보좌관인 재러드 쿠슈너와 전 대사이자 국가정보국 국장 대행인 리처드 그레넬 같은 조언자들은 공직에서 쌓은 관계를 활용해 퇴임 직후 수십억 달러의 외국 투자 및 부동산 거래(외국 정부 투자 기금 포함)를 확보했다. 공직에 있는 동안 자신들이 협력하는 조건으로 퇴임 후 수익성 있는 거래를 보장하겠다는 묵시적, 명시적 약속을 들고 외국 후원자들이 트럼프 측근들에게 접근하는 일이 놀랍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엘론 머스크와 같은 억만장자들이 트럼프 2.0에서 예상되는 역할을 더하면, 미국 외교 정책의 부패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트럼프 2.0이 가속화할 또 다른 경향은 미국 예외주의의 종말이다. 해리 트루먼부터 조 바이든에 이르기까지 미국 대통령들은 미국의 가치와 이상이 미국 외교 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개념을 지지해왔다. 이 주장은 여러 시점에서 논란이 되었으나, 민주주의를 홍보하고 인권을 증진하는 것은 오랫동안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는 이러한 미국의 이상이 미국 소프트 파워의 핵심 구성 요소라고 주장해왔다.
미국의 정책 실수와 러시아의 "whataboutism"—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비판을 다른 나라의 잘못된 행동으로 반박하는 방식—은 미국 예외주의의 힘을 약화시켰다. 트럼프 2.0은 이를 완전히 무너뜨릴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미국의 가치에 대해 whataboutism을 받아들인다.
첫 임기 초기에 그는 “우리에게도 많은 살인자가 있다. 우리나라가 그렇게 결백하다고 생각하나?”라고 발언한 바 있다.
당시 외국의 시각에서는 트럼프가 전체 득표에서는 패배했기에 대부분의 미국인이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합리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4년 대선은 이러한 믿음을 산산조각냈다. 선거 운동 동안 트럼프는 멕시코 폭격과 합법 이민자 추방을 공언하고, 야당 정치인을 “내부의 적”이라 부르며, 이민자들이 “국가의 혈통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어쩌면 그 때문에—트럼프는 대중 다수의 지지를 얻었다.
이제 세계는 트럼프를 통해 미국 예외주의에 대한 일탈적 예외가 아닌; 21세기에 미국이 지향하는 바를 볼 것이다.